벌써 10월의 중순이다.
세월이 이렇게 빨랐나?
글 안쓴지 2달이나 되었군.
페이스북에 10년 전 추억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 도보순례여행 사진이 자동으로 뜬다.
산티아고를 갔다와서 나는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나?
그때 순례길을 걸으면서 했던 기도는 딱 한 가지.
'하느님 지금 만나는 사람이 저와 운명이라면 결혼하게 해 주세요.'
그런데 도보여행 중 그로부터 문자로 이별통보를 받았다.
바로 다음날 나는 갑자기 기도내용을 바꿨다.
'하느님 좋은 사람 만나게 해주세요'
태세전환이 이리 빠를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그와 헤어지게 하기 위해 이 길을 걷게 하셨나 라는 의문이 들었다. ^^;;
나는 만약에 지금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감사기도를 먼저 할것 같다.
순례길을 갔다와서 어언 10년이 지났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넓어져야 하는데 점점 마음이 좁아진다.
별거 아닌 일에도 화가 나고 따지게 되고 날카로워 진다.
나는 '성당 다니는 사람'인데 말이다.
요즘 집 앞의 성당에서 반주 봉사를 하고 있다. 한 달 두 번이지만 가끔 만나는 전례봉사자 분이 한분 계신다.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분을 뵈면 인자하신 성모님이 떠올랐다.
그냥 내 고민을 막 말해도 편견 없이 들어줄 그런 사람.
뾰족해진 내 마음을 둥글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냥 봐도 봐도 기분 좋아지는 선한 아우라를 가진 사람.
지금의 나는 선한 느낌은커녕 40대를 지나오면서 너무 뾰족해진 거 같다.(물론 결혼 후 많이 둥글어졌긴 하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있을 때 갑자기 내 안의 저 깊은 곳에서의 Bitch 한 모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
인간의 심리에 대해 궁금해서 심리학 수업을 듣고 있으면서 정작 나는 내 마음하나 컨트롤 못하고 있다.
어느 시점부터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어지고 의심부터 하는 성향으로 변한 것 같다.
따뜻한 Heart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왜이렇게 되었을까.
문득 드는 생각.
나도 저분처럼 50살이 넘으면 편안한 인상과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인간이 될 수 있겠지?
요즘 너무 사람들에게 치여 살다 보니 자꾸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며 자기반성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
적어도 앞에서는 웃으면서 돌아서면 입을 삐죽하고 내미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자.
이런 다짐을 하다니 참 리얼하면서도 유치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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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한 성격이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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