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소미노 5일 디톡스 기간이 끝난다.
이틀째는 정말 토하고 난리였다.
다음날 본사에 전화해 봤더니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라고 해서 일단 지켜보기로 했는데 다행히 오늘까지는 괜찮다.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라는 인간에 대해 골똘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심리학 온라인 수업 듣고 있는데 그것도 한몫한 듯.
어쨌든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어떤 사람일까
최근 에피소드였다.
어떤 술자리에서 1박 2일로 놀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그래’ blah blah 즐겁게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단체톡방에서 날짜를 조율하는 중 3월은 간호조무사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부담스러웠다.
나는 아무래도 못 갈 거 같다 나 빼고 가라라고 말했다. 그때 잠깐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병원일과 간호조무사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안 한 상황이라 더욱 좀 부담?
여하튼 그 단체톡방에서는 3번 정도 고사했는데도 계속 집요하게 뭔가를 끄집어내려는 친구가 있었다. 이 정도 고사했으면 제발 나를 좀 내버려줘!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냥 외치면 되지 않은가? 그런데도 나는 끝끝내 이 핑계저핑계 대면서 ‘가기 싫다’가 아닌 ‘부득이한 사정으로 못 가’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때 나는 이 단체톡방의 특정인물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느꼈다. (A라 칭하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떤 가면을 쓰고 A로부터 도태되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뭐 때문에?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인데 말이다.
생각해 보니 A와는 항상 다대일로 만났다. 일대일로 만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일대일로 만난 적 딱 한 번이었는데 결국 20분 후 바로 다른 사람을 불러냈다. 그건 A의 성향인 것 같다.
나는 진짜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A한테는 다대일 중에 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40대가 넘어가니까 이제는 그냥 어떤 친목 그룹에서 도태되는 거고 뭐고 다 부질없고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 못 된 걸까? 아니면 나의 가면을 벗고 솔직하게 내 모습을 드러낼 사람들 조차 없는 건가?
그러고 보니 만날 때 정말 가감 없이 편하게 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이.. 10살에서 많게는 30살 차이 나는 성당 반주단 언니들인데 (내가 막내다) 10년 넘게 성당에서 반주를 하면서 막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가끔씩 만나서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뭔가 속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불편하지 않다. 그중에 특히 H언니가 가장 나의 고민을 많이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요즘 나의 가면은 몇 개일까?
요즘은 사람 늘 안 만나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한 개 정도? 인 것 같다.
결혼하고는 도통 사람을 안 만난다.
그냥 지금 나의 모습이 자신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못 만나는 사람들이라면 가면을 쓰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런 자신 없는 모습이어도 당장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면을 벗고 만난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나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거네?
그래도 다행히 몇 명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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