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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타파

비봉가는길

by 코넬슨 새댁 202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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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부모님과의 여행 때문에 간호조무사 시함 합격을 했는데도 일을 찾고 있지 않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잘 모르겠다.

오랜만에 친한 언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언니는 미국에서 클라리넷 전공이었다.
한국에 와서 20대 때 아는 선배에게 들었던 “넌 재능이 없어”라는 말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단다. 그리고 그 말로 인해서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타인으로부터 말로 상처받을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 선배는 몇 살이었어요?”
“나보다 한 두 살 많았겠지?”
“엥??”
교수가 말한 것도 아니고 언니가 그 당시 22살 정도였으니 선배라는 인간은 24살 정도 되었겠군.
”남자였어요? “ ”응 남자“

난 언니에게 말했다. 24살짜리가 뭘 알겠냐고. 패기가 넘치다 못해 콧대가 하늘을 치솟을 나이지. 음악 좀 한다고 거들먹거렸을게 뻔하다. 나 역시 음대에서 수많은 선배들을 봐왔지 않는가. 그 당시에는 하늘 같았다고 느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지질한 인간들 많았지.
아마 자신이 뭘 말했는지 기억도 못하는 사람들. 인사 똑바로 안 한다고 얼차려 시키고 이쁜 후배들 골라서 술자리 데려가려고 눈이 시뻘건 군대전역한 못생긴 선배인간들이 천지빼까리였다.
심지어 내 동기중 가장 이뻤던 A는 50살 넘은 유부남교수랑 사귀고 있었으며 교수의 제자들 중 4학년 선배가 후배들에게 A는 건드리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A는 나랑 친했다.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었고 학교 다니는 내내 몰랐다. 다시는 음악 하는 사람과 상종하고 싶지 않았고 이 썩어빠진 학교랑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언니 그 기억은 잊어버려 무시해. 직속 교수가 말한 것도 아니고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새파란 20대가 한 말이야 “

언니는 갑자기 크게 한방 맞은듯한 황당한 얼굴이었다.
“얼마 전에 13만 원 주고 심리상담받았는데 앞으로는 너한테 말할게 ㅋㅋ “
이렇게 남들에게는 상담도 잘하고 말도 잘 들어주는데
정작 나 자신을 바라보는 데는 젬병이구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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