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1층에 갑자기 주저앉아서 숨을 못 쉰다는 여자환자 분이 왔다 매우 급박한 상황인 거 같았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선생님 bp랑 bst 해주세요”
라고 하신다. bst?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환자 두 번째 손가락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갖다 댔다 99spO2/96bpm
혈압 130/70
갑자기 의사 선생님이 내려오셨고 혈압 수치를 적은 종이를 미처 보기도 전에 “bp는요?” “130/70입니다”
“bst는요?” 약간 대답을 우물쭈물 하니 의사 선생님께서 ”99 안 넘으면 돼요 “ 내가 생각한 bst는 산소포화도 및 맥박이어서 96이라고 말했다(아 18.. 지금 생각해도 쪽팔린다 환자분은 누가 봐도 당이 높게 나올 비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해놓고는 뭔가 싸했다
그래서 다시 간호사 선생님께 산소포화도/맥박을 재었다고 말씀드렸다.
환자가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올라오셨다
“bp랑 bst다시 재주세요” 내가 또 못 알아먹는 것 같으니 간호사 선생님이 “당체크” 한마디 하신다.
아하 당체크 Blood sugar test 아놔 이걸 못 알아듣고 bpm으로 알아듣고 아 쪽팔려 … 이게 머선 일이고 ㅠ
아주 자책을 하며 당체크를 하는데 갑자기 또 하려니 헷갈리네 ㅠ (이번이 두 번째 당체크) 다른 실습선생님과 오늘 처음 출근한 간호사 선생님까지 구경(?)하고 계신다 더 떨리는구먼 ㅎㅎ
기계에 피를 올려놓는 칩(?)을 넣는 방향이 뭔가 잘못되었는지 삑 소리도 안 나고 다시 새 걸로 갈아 끼워서 피를 올렸는데 에러 3이 뜬다
저 멀리서 간호사 선생님이 다가온다
침착하게 다시 해보자
재빨리 침을 바꾸고 5로 맞춰서 “환자분 다시 한번 잴게요 죄송해요” 라고 말하고 알코올솜으로 검지를 문지르고 찰칵 누르니 피가 나온다 “더 짜세요” 있는 힘껏 피가 나오게 하고 기계를 갖다 대니 134 가 나온다 96은 무신.. ㅋㅋ
“선생님 알코올 솜 문지르고 좀 말리고 나서 찌르세요~”
“네 알겠습니다”
bst! 절대 안 잊어버리겠써! Blood sugar test!!
저녁 7시 반이 넘어가니 119 2대가 연이어 들어온다.
이미 응급실에 누워계신 분들도 많은데 갑자기 손님(?)이 많아졌다. 스스로 걸어서 온 환자들까지.. 응급실 복도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 오늘 금요일이었지.. 누군가에게 불금은 천국이지만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Welcome to hell..”
일단 자전거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환자분 모두들 예민하다. 팔이 부러진 분, 오른쪽 다리뼈가 부러지신 분,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시는 분, 족구를 하다가 다쳐서 오신 분 등등 “빨리 쫌 해주세요!” “응급실에 온 이유가 뭔데? 빨리 처치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여기저기 볼멘 목소리가 들린다
딱 봐도 의사 선생님 외에 간호사 선생님 두 분으로만 일손이 부족하다 한분은 차지로 컴퓨터 앞에서 오더 및 처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다 한분은 처치를 해야 해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표현밖에는.. (아니 그냥 j 나게 바쁘다는 표현이 맞겠군)
실습생은 뭘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그냥 바라만 볼뿐.. 낮근무와 밤근무의 공기는 정말 다르구나..
낮에는 코로나 검사, 채혈실 피 내려주기, 약국 가서 마약물 바꿔오기, 지하로 환자 내려주기, 수액 후 처치, 이불 환자복 채우기, 수액 채우기 등등 간단한 업무였는데 저녁에는 그런 간단한 업무는 없다
8시 퇴근인데 이 아수라장을 그대로 놔두고 가기에 너무 미안하네.. 남편도 지금 집에서 피자를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다.
차지선생님께 “퇴근하겠습니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은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평온하고 약간의 발랄한 목소리로
“네~ 어서 가보세요”
마치 이런 일들은 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혀 동요하지 않는 차지 선생님의 모습에 속으로 따봉을 외쳤다. 므찌다!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서 자전거를 탔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번주 실습이 무사히 끝났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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