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간호조무사

간호조무사 실습일기3 _ 골절환자

by 코넬슨 새댁 2023. 7. 20.
반응형
SMALL

출근하자마자 피곤한 얼굴의 팀장님이 보인다. 
이번달 오프가 3번이라고 하셨었나? 1달 넘게 봤지만 내가 갈때마다 계시니까 
도대체 언제 쉬시지?? 체력이 받쳐주더라도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다 
가끔 예의없는(?) 환자 때문에 예민하시지만  한 번씩 "으~아"라고 큰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켜신다든지
갑자기 볼펜을 쥔 한 손을 쭉 뻗으시고 움직이지 않는 동작을 하실 때 보면 매우 귀여우시다. 
 
팀장님은 모니터 속에 빨려 들어갈듯한 태세다 
모니터 너머로 직원들의 3교대 스케줄표가 보인다.
가끔씩 머리를 쥐어짜는 듯한.. 아니 거의 뜯어 내는 듯한 행동을 하실 때가 있다 
어느 직원도 골고루 평등하게 3교대 근무 시간표를 짜줘야 하니..
힘들어 보인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팀장님 정말.. 리스펙
 
"119 왔어요~" 
간호사 선생님이 나긋한 목소리로 약간의 웃음소리를 내며 응급실의 첫 손님(?)을 알린다. 
70대 할머님이신데 바지에 핏자국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시다
"어디가 아프세요?" 
"손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려고 횡단보도에서 건넜는데 갑자기 손주가 뛰는 바람에 잡으려고 하다가 왼쪽팔꿈치랑 오른손을 부딪혔어" 
"지하 1층 X레이 실로 안내해 주세요~"
"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누워있는 상태의 환자의 침상을 검사실로 옮기는 건 힘들다. 
힘이 들어서 힘들다라기 보다 골절환자의 경우 정말 예민하기 때문에 옮기는 과정에서 아주 잠깐의 덜컹거림도 괴로워하시는 경우를 많이 봐서 혹시 나 때문에.. 고통이 느껴지시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묵주반지를 끼셨길래
"성당 다니세요? 저는 역촌성당 다녀요~"
"나는 갈현 성당. 그런데 나 뼈 부러지지 않은 것 같은데.."
"검사 일단 받으시고 결과 보면 될 거 같아요~" 
할머님은 오늘 다친 경위에 대해 한번 더 설명해 주신다. 
"괜찮으실 거예요~" 
검사받으시는 동안 응급실로 올라왔더니 할머니 손 X레이 사진이 보인다
오른손 첫번째 마디 부터 네 번째 마디까지 모두 골절이다 
"환자분 다시 올려주세요"
급하게 지하로 내려갔다. 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 손이 고새 퉁퉁 부어있다.
"응급실로 다시 올라갈게요~"
할머니는 이제 아픔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조그만 소리로 "아프네.."
응급실 한편에 누워계신 할머니를 보니 갑자기 엄마가 생각난다
딸이 왔다 당신 아들 아침에 어린이집 보내주려다가 이 사고가 났으니 미안함도 컸을 거다 
생각 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할머니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시고는 
"은평 성모병원으로 옮길게요~"
그래 은평 성모병원이 할머니가 마음의 위안을 얻기에 좋을 거야 거기는 수녀님들도 많고 성당도 병원 안에 있으니까..
원무과 과장님이 왔다 갔다 하시며 설명하신다
"병원 옮기실 때 사설업체 부르셔서 옮기셔야 해요"
다시 두 분이서 속닥속닥 이야기를 하시고는 
"여기에서 진료받을게요"
어쩌면 잘 된 건지도 모르겠다 양손을 다 다치셨으니 옮기는 과정에서 또 다칠 수도 있고 거기 가서 또 기다려야 하니까 
CT도 찍고 심전도 검사랑 코로나 검사 피검사 다 했다 
입원 수속까지 그래도 2시간? 걸렸나?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5층 병동으로 이동 부탁드려요~"
5층까지 가는 동안 왼쪽 손을 잡고 나도 모르게 "기도할게요~"라고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환
"고마워요. 수술 안 하는 게 어디야 나 감사하다고 하느님께 기도했어~"
"네~ 맞아요 저도 환자분 위해서 기도할게요~"
이 말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엄마 생각이 나서 그런가?
"오늘 나 때문에 하루종일 고생하네~"
"아효 고생은요~ 아니에요 ~"
5층 병실에 데려다 드리고 가려는데 그 아픈 와중에도 
"간호사 선생 고마워요~"라는 말이 들린다. 
인사를 꾸벅하고 나오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잠깐 기도를 했다 
빨리 쾌차하시도록 하느님 도와주세요~~ 

300x250


병원에 오시는 엄마나이랑 비슷한 70대 분들만 보면 더 마음이 쓰이는 것 같다
특히 넘어져서 골절되신 분들 보면 마음이 더 아프다
당신도 훨훨 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노인이 되어가는 건 슬픈 일인 것 같다 
나는 상상하기가 싫다 서글픈 느낌일 것 같다 
 
엄마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이 말이 와닿지 않았는데..
부모님 건강한 것도 정말 복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아 피곤하다..
건강하자 
그리고 병원에 계신 아픈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자야지..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