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간호조무사

간호조무사 실습일기 5 _ 마법의 손가락

by 코넬슨 새댁 2023. 7. 25.
반응형
SMALL

7시쯤 아주 빼빼 마른 남성이 남동생과 함께 왔다.
“이틀동안 변을 못봤어요 변좀 빼주쇼”

직감했다. 오늘 드디어 똥을 보겠군..
액팅 간호사 선생님께서 관장을 준비하신다.
오늘 액팅 선생님은 응급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얼굴도 하얗고 단정한 단발머리에 목소리도 고우시다. 늘 따뜻하게 말씀해주셔서 다른 실습 선생님들께서도 가장 인기있는 간호사님이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애 ㅋㅋ)
예의없는 보호자 분이있거나 하실때는 또 카리스마있게 강하게 대응 하신다.
본인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간호사가 천직이신것 같다 ㅎ

나는 주섬주섬 장갑을 꼈다.
Enema카테터, 멸균증류수, 패드, 똥고를 부드럽게 해줄 크림? 까지 준비해서 환자에게 다가간다.
두근두근 (두려움)
“환자분~무릎을 가슴까지 올려놓으세요~ ”
“네..”
“아~ 소리 내세요~~”
“아~”
“약 들어갔으니까 좀 참으시고 이따가 화장실 가시면 되세요~”
관장은 무리없이 끝났다. 환자분 엉덩이 살이 너무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50대 신거 같은데 원래 마른 체질이신거 같다.
‘마른거 좋다고 할게 아니야 나이들면 좀 살집이 있는게 낫지‘  내가 40대가 되서야 엄마 말씀이 완벽히 이해가 된다.

15분이 지나고 “환자분 화장실 갔다 오세요~”
“네..”
화장실에 갔다 오더니 동생분도 함께 와서 “변이 안나와요~~ 어떻게 좀 해주쇼” 동생분도 옆에서 난리다.
의사쌤이 간호사님께 뭐라뭐라 하신다.
나는 다시 장갑을 낄 준비를 했다.
”선생님은 들어오지 마세요 저 혼자 할께요“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아까랑 같은 걸 하는줄 알았는데 아니다.(그래서 들어오지 말라고 하신것 같다)

윤활제를 똥구멍에 바르고 간호사쌤이 손가락을 넣어 변을 팠다(?) 막.. 막 나왔다.. 냄새가 지독했다..
쌤 손가락에 묻은 변의 잔해들.. 나는 손가락을 응시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장갑을 꼈지만 오마이갓이다.

15분후 “환자분 화장실 갔다 오세요~“
이번엔 제발 쾌변 하시길.. 비나이다 비나이다 ~~
냄새 때문에 응급실 자동문을 열었다.
문이 열려 있으니 화장실에서 환자가 남동생에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안나와 !! 안나와 !!“
아 18 j됐다
동생분은 형이 걱정 되는지 ”안나온대요!!“
”집에 가셔서 천천히 기다려 보세요 그리고 안나오면 다시 응급실 오세요“ 라고 의사쌤이 말했지만 막무가내다
“그.. 딱딱한게 만져지는데 고게 안나오네 한번 더 손가락으로 좀 빼주쇼!”
간호사쌤은 “저기 다시 누워보실께요” 라고 말하시고는 다시 관장세트를 준비했다.
살짝 말하신다 “선생님 안들어오셔도 되요 저분 안해주면 안갈거 같아..“
내가 젤 좋아하는 쌤인데 오늘 너무 고된 일을 하시네ㅠ 나는 그냥 말없이 장갑을 끼고 3개의 패드를 들고 갔다.
“환자분 지금 관장약 들어가요~”
”네..“
대답은 참 잘하신다 하라는 대로 척척 한다

나는 갑자기 인간의 수치심은 어디까지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나같으면 가능할까? 아니 .. 불가능할거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병원 가겠지.. 약국가서 관장약도 넣어보고 또 먹는약도 먹어보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시도해볼거 같다.

여튼 15분 후 화장실을 갔다온 환자는 쾌변을 했다.
“ 간호사 선생님 고마워요 고 딱딱한것이 나왔어요! ”
“ 네. 수납하시고 귀가하시면 됩니다.”
똥냄새가 응급실 복도를 휘몰아치는 가운데 자신의 똥이 나왔다고 뿌듯해 하시고 고마워 하셨다.
그 환자복 하의는 그냥 화장실에 버렸는지 다시 들고 오진 않았다 다행이야..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간호사쌤의 목소리..
“저 오늘 밥은 다 먹었네요..”

이 땅의 모든 간호사님들 존경합니다.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