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부부가 응급실로 왔다. 낮에 오시는 환자분들은 대부분 수액환자분이시다.
“우리 남편이 치매환자라 정신이 오락가락해”
수액 처치 후 침대에 누운 할아버지는 침대 머리 부분 모서리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조금만 내려오세요 아버님 안불편하세요? “
고개를 아주 힘차게 끄덕끄덕한다.
나는 갑자기 아기 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뻔했다.
옆에 계시던 할머님이 “안불편하긴 뭐가 안 불편해!!
빨리 내려와!!” 소리를 빽 지른다.
할아버지는 순한 양처럼 조금 내려오셔서 베개가 있는 곳까지 머리를 뉘이셨다.
할머니는 ”누워서 한숨 주무셔! “ 한마디 하시고는
”징그러 어휴~~ 징그러.. “라고 중얼중얼 거린다.
보호자분은 밖에서 대기해 주세요라고 말씀드리니 ”나도 아파 나도 환자여~~ 나도 아프다고! 우리 할아버지 치매라 수액 안 맞는다고 막 뻐띵길수도 있으니께 그리 알아둬“
”네 어머님 밖에서 대기해 주세요~“
수액을 확인하러 갈 때마다 아버님은 허공을 보고 있었다.
마스크를 써서 보이지 않았지만 마치 나한테 시를 읊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나에게도 테스토스테론이 들끓는 시절이 있었다
술 먹고 늦게 들어와 마누라한테 돈 버는 유세도 떨었다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평생을 돈만 벌었다
이제 먹고살만하니 치매가 왔네
슬프게도 마누라한테 구박받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아버님의 눈이 참 슬퍼 보였다.
수액바늘을 빼드리고 지혈밴드를 붙여드렸다.
폴대(?)를 가지고 나가시려고 하셔서 나와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이거 우리 거 아니야!!!!”
보호자의 카랑카랑한 날 선 목소리에 그제서야 아버님은 폴대를 놓았다.
“조심히 들어가세요~~”라고 말씀드리니 갑자기 할머님은 “감사하다고 말해야지!!”라고 하신다.
할아버지가 나한테 고개를 푹 숙이고 90도 인사를 한다.
치매는 어린아이 대하듯 하지 말라고 간호책에서 읽었는데..
치매는 너무 슬프고 가혹한 질병인 거 같다
늙는다는 게 점점 무서워진다
치매 노인 의사소통 기본 원칙
1. 신체적 상태를 파악하고 존중하는 태도와 관심을 갖는다
2. 치매 노인이 이해할 수 있게 낮은 목소리로 치매 노인의 속도에 맞춰 말한다
3. 어린아이 대하듯 하지 않고 간단명료하게 반복 설명하며 인격적으로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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