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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간호조무사 실습일기 9 _ 골절할머니

by 코넬슨 새댁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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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119 차가 들어온다.
“골절 환자요” 무심히 말하는 응급구조사 뒤로 “악”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비썩 마른 할머니는 치아가 하나도 없었다. “악악” 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마치 그 소리가 허공에 날아가버리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하의를 입지 않고 있었고 커다란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소변줄도 차고 계셨다.
**요양병원이라고 적힌 상의를 보니 아마도 요양병원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예상해 본다.

다리 한쪽이 덜렁거리는 것이 눈으로 보인다.
얼마나 아프실까 ..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바지를 입혀드리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재활의학과 2명의 남자 선생님들이 들어온다.
할머니의 부러진 다리를 맞추어 캐스트를 할 건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대야에 물을 준비하란다. 오케이
초록색의 붕대를 물에 적신다.

“좀 아프실 거예요”
한 명은 할머니의 골반을 누르고 한 명은 부러진 다리를 맞춘다. 할머니는 너무 아프신지 자신의 손을 다리에 치며 온몸으로 아픔을 표현한다. 몸을 들썩이는 바람에 나와 또 다른 실습선생님과 두 명이서 양쪽 팔을 눌렀다.
할머니는 계속 소리를 지르셨다.

“악”
어깨와 손을 잡았지만 초인적인 힘으로 내 손을 뿌리쳤다 !!  “할머니 더 세게 잡아주세요!! ”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지그시 세게 눌렀다.
할머니의 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할머니 역시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할머니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하느님’

캐스트가 끝나고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
할머니는 잠시 잠이 드셨다.
“캐스트 다시 해야 해”

오 마이갓..
요상한 물건이 들어왔다. 캐스트를 자르는 톱이다!!
소리는 또 어찌나 윙윙대는지 .. 할머니는 다시 소리를 지르며 몸을 들썩이기 시작했다.

재활의학과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너네는 이걸 못 맞춰?? 빨리 붕대 감아”
“골반 세게 잡아”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번 캐스트는 성공. 다행이야 ㅠ

할머니는 다시 잠이 드셨다.

오늘도 느끼는 거지만 나의 부모님이 스스로 화장실을 간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

자동문이 열리고 항상 오시는 사설 구급차가 왔다.
더 큰 병원으로 가시나 보다.
‘아픔 없이 잘 낫게 해 주세요’

오늘따라 기도가 더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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